2011년 8월 1일 월요일

[뉴시스아이즈]"남은 인생 어떻게 사나" 은퇴 공포에 떠는 한국


[뉴시스아이즈]"남은 인생 어떻게 사나" 은퇴 공포에 떠는 한국
뉴시스 | 윤시내 | 2011-08-02 09:18:15
【서울=뉴시스】김민자 기자 = 최근 연금복권이 큰 인기다. 1등 당첨자에게 20년간 매월 500만원씩 12억원을 지급하는 '연금복권520'은 지난달 1일 판매를 시작한 후 매회 매진사례를 이어가고 있다.

'제2의 로또 열풍'이라고 불리는 연금복권의 인기는 최근 은퇴에 대한 높은 심리적 불안을 반영한다. 은퇴를 앞둔 40~50대가 연금복권의 주요 구매층이라는 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고령화로 인해 '100세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사회안전망 부족과 은퇴준비 미흡 등으로 노년의 삶은 점차 피폐해지고 있다.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정부가 은퇴자들을 위한 정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 수령액 '찔끔'…'은퇴공포' 현실화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다는 '복권 당첨'에 기대를 걸만큼 실제 은퇴에 대한 공포는 심각한 상황이다.

하나HSBC생명이 지난해 하반기 17개국의 경제활동인구 1만7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 응답자들은 은퇴하면 생각나는 단어로 '재정적 위기'(55%)를 우선적으로 꼽았다. 이는 17개국 평균치(32%)보다 23%포인트 높은 수치다.

반면 은퇴와 가장 연관된 단어로 '자유'를 꼽은 한국인 응답자는 34%로 17개국 평균치(48%)보다 14% 포인트 낮았다. 은퇴 이후 여유로운 생활에 대한 기대보다는 걱정과 불안이 앞선다는 얘기다.

한국인의 은퇴 위기감은 재정상태가 악화할 것을 우려하면서도 충분한 대비를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재정능력이 부족한 이유로는 '저축 금액이 충분치 않아서'(47%)와 '건강유지 비용에 대한 걱정이 높아서'(36%) 등이 꼽혔다.

문제는 이러한 은퇴 공포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최근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현재 60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생활비는 204만원으로 은퇴 이후 생활을 위해 월 200만원 이상의 금액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은퇴 이후 주요 자금수단으로 파악되는 국민연금 수령액은 월평균 50만~100만원에 불과하다. 월 100만원 이상의 노후 자금을 개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노후대비 저축은 충분할까. 2010년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와 메트라이프 노년사회연구소가 전국의 1955년에서 1963년에 태어난 베이비부머 466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노후 대비 저축 금액은 월평균 17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후 20~30년의 소비를 충족시키기에는 크게 부족한 수준이다.

◇은퇴 후 '빈곤의 덫' 빠질 확률 높아
현재 우리나라는 '고령화 사회'로 분류된다. 국제연합(UN)은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를 넘을 때 고령화 사회로 규정하는데, 우리나라는 이미 2000년 고령 인구 비율이 7.3%를 기록해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통계청이 5년마다 하는 인구주택총조사의 전수집계 결과에서도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는 542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1.3%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2018년에는 고령 사회, 2026년에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고령사회에서 초고령 사회로 변하는데 12년 걸렸지만, 우리나라는 8년밖에 걸리지 않는 셈이다.

다시 말해, 젊은 층이 더 많은 고령층을 부양해야 하는 갑갑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설상가상 평균수명은 80세 이상으로 꾸준히 높아지고 있지만, 은퇴연령은 반대로 낮아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은퇴 후 일자리를 원하는 노인들이 늘고 있지만, 고령층 일자리에 대한 낮은 인식 탓에 재취업할 기회조차 많지 않다.

이처럼 소득이 없는 상황에서는 은퇴 후 '빈곤의 덫'에 빠질 확률이 높다. 국내 고령자의 소득빈곤율(중위가구 소득의 50% 미만 소득자의 비율)은 2005년 45.1%(OECD 평균 13.3%)로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했으며, 특히 빈곤위험도는 50대 이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 "정년연장·임금피크제 시행해야"
전문가들은 하루 빨리 고령화 충격에 대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지선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사회적으로 고령자들에 대한 부양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고령자 개개인이 자신의 은퇴준비를 하지 못하게 되면 고령화 충격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정년연장과 함께 임금피크제 등의 제도를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지금까지 개인의 라이프사이클이 교육, 경제활동, 은퇴의 순서였다면 앞으로는 교육, 경제활동, 제2의 경제활동, 은퇴의 순서로 재편될 필요가 있다"면서 "건강수명이 늘어나는 만큼 두 차례 이상 직업을 갖는 일이 자연스러워지면서 노후의 재정부담 완화도 함께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은경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베이비붐 세대 은퇴에 따른 주택시장 변화'라는 보고서에서 올해 49~57세인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주택시장에 대량 매물이 쏟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노후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면서 보유 중인 부동산을 팔게 된다는 것이다.

손 연구원은 "주택담보대출 외에 부동산신탁, 리츠(REITs), 부동산펀드 등 부동산과 관련한 다양한 투자상품을 개발하고 주택가격 하락 시 주택담보대출 워크아웃 제도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금융권의 대응을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노인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은퇴 공포가 노인들을 삶의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 구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rululu20@newsis.com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238호(8월8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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